[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중력 렌즈 현상
아인슈타인은 시간이 속도의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10년 후 공간이 중력에 의해서 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휜 공간을 만드는 엄청난 중력 덩어리의 존재를 추측했고 길고 복잡한 수학 계산 끝에 보이지도 않는 블랙홀의 존재를 상상했다. 그는 빛이 파동이면서도 입자라는 이중성 때문에 입자라면 당연히 중력의 영향을 받을 것이고 그렇다면 큰 중력을 가진 물체 옆을 지날 때는 휠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우리 주변에서 그 정도 중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천체는 당연히 태양이었지만, 멀리서 오는 별빛이 태양의 영향을 받아 휘어지는 현상은 관찰할 수가 없었다. 낮에는 태양 빛이 워낙 밝아서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밤에는 별은 총총한데 태양이 없었다. 그러다 마침 개기일식이 다가온 것을 알고 손뼉을 쳤다. 일식 때는 달이 태양을 가려 대낮에도 잠깐 어두워져서 별빛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국의 아서 에딩턴이란 천체물리학자에게 편지를 보내 자기 이론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그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이어서 영국은 적국인 독일인 과학자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영국이 낳은 불세출의 뉴턴에게 대드는 자는 이미 과학자이기를 포기한 사람 취급을 하던 때였다. 그래서 뉴턴주의자들이 골치를 앓던 수성의 근일점 문제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쉽게 해결해 버린 아인슈타인을 정신 나간 과학자라고 매도하기까지 했다. 독실한 퀘이커 교도였던 에딩턴은 종교적 이유로 징집을 거부하고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가는 노동수용소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확인하기 위해서 서부 아프리카의 프린시페섬에서 일식을 관찰하고 싶다는 청원을 했고 영국 왕립천문학회에서는 에딩턴의 능력이 아까워서 그가 수용소에 가는 대신 일식 관측으로 때울 것을 수락했다. 태양 뒤에 있는 별빛은 태양에 가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태양 주변을 스쳐 지나는 별빛이 태양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공간을 직진하는 까닭에 우리 지구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에딩턴은 정밀한 사진기로 그 별의 정확한 위치를 촬영해 두었고, 개기일식 순간에 태양 주변의 사진을 찍어 두 사진을 비교해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그 별이 사진에 찍혔지만 사실 그 별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태양 뒤에 숨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빛이 휘어서 볼 수 있었던 것뿐이었다. 빛이 휜다는 사실은 빛의 속성인 직진을 위반하는 것이어서 물리학 원리에 모순되어 보이지만, 엄밀히 말해서 빛이 휜 것이 아니라 휘어진 공간을 직진했던 것이고 태양의 중력이 공간을 휘게 했다. 실로 엄청난 발견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삼일운동이 있던 해, 아인슈타인은 에딩턴과 함께 근대 물리학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에딩턴의 사진은 전 세계 신문에 실렸고, 아인슈타인은 괴짜 과학자에서 첨단물리학자로 떠올랐다. 드디어 아인슈타인의 세상이 온 것이다. 에딩턴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세상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나밖에 없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중력 렌즈 중력 렌즈 중력 덩어리 정도 중력